가을 바람이 솔솔 불어오는 오후, 갑자기 뜨끈한 꽈배기가 생각났어요. 평소에는 그냥 지나치곤 했던 동네 빵가게가 유난히 눈에 들어왔죠. 문을 열고 들어가니, 갓 구워져 나온 빵 향기가 코끝을 간질이며 따스하게 퍼져 나가더라고요. 빵 냄새는 언제나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는 것 같아요. 그 속에서 방금 튀겨낸 꽈배기들이 노릇하게 쌓여 있는 모습을 보고는 바로 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.
주인 아주머니께 꽈배기 두 개를 부탁했어요. 튀겨진 꽈배기 위로 설탕이 솔솔 뿌려져 있었는데, 그 달콤한 유혹을 참기는 정말 어려운 일이었어요. 종이에 꽁꽁 싸매진 꽈배기를 손에 들고 가게를 나서니, 뜨거운 김이 살짝 새어 나오는 게 얼마나 먹음직스럽던지요. 뭔가 따뜻한 걸 손에 쥐고 있으니, 벌써부터 마음이 포근해졌어요.
조금 걷다가 도저히 참을 수가 없어서 길가 벤치에 앉아 꽈배기를 한 입 베어 물었어요. 바삭하면서도 부드러운 식감에 달달한 설탕이 딱 알맞게 입안에서 퍼졌죠. 처음 씹었을 때 입안에 느껴지는 그 기분 좋은 바삭함, 그리고 이어지는 쫄깃한 속살이 어쩜 이렇게 조화로울 수 있는지. 그 순간, 어린 시절에 엄마가 만들어 주던 꽈배기가 생각났어요. 어렸을 땐 꽈배기 만드는 과정을 지켜보면서 언제 다 튀겨지나, 언제 먹을 수 있나 하고 손을 입에 물고 기다리곤 했었죠. 그때도 이랬던 것처럼 설탕이 살짝 묻은 꽈배기 하나 들고 온 동네를 뛰어다니면서 먹었던 기억이 떠올랐어요.
지금 먹는 꽈배기는 그때와는 다르지만, 그 추억을 잠시 떠올리게 해주었어요. 바람은 시원하게 불고, 꽈배기 맛은 그 어느 때보다도 달콤했죠. 그런 평범한 날들 속에서 소소하게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순간이 있다는 게 참 감사한 일이에요. 때로는 이렇게 일상 속 작은 기쁨을 즐기면서 살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.
꽈배기 하나를 다 먹고 나니, 배도 꽤 부르고 기분도 한결 나아졌어요. 이런 순간을 자주 만들어야겠다는 다짐을 해보면서, 나머지 하나는 집에 가서 따뜻한 차와 함께 먹어야지 싶었어요.